메타가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를 인수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복잡한 마음이 든다.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고 메타버스 사업에 자신들의 기술을 심고 싶은 메타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국내 반도체 인재와 기술이 또 한 번 해외로 유출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씁쓸하다. 한편에서는 삼성전자나 SK 같은 국내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면 좋겠다고 말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반가운 시나리오가 아니다. 과거에도 대기업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의 기술을 편법으로 가져가버리는 일들을 너무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가끔은 한국 대기업들이 굉장한 현금 보유력을 가지고도 왜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을 인수하지 않는지 의문이 든다.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삼성전자가 대규모 M&A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고, SK그룹도 신기술 분야에서 거액의 딜을 성사시켰다는 소식은 좀처럼 듣기 어렵다. 투자보다는 어차피 쉽게 벤치마킹해 버릴 수 있는 기술이라 생각해서인지, 실제로 아예 스타트업 기술을 슬쩍 베껴서 만들어버린 사례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롯데 헬스케어가 어떤 스타트업의 기술을 베꼈다는 얘기가 대표적인 예시였는데, 스타트업 입장에선 소송까지 갈 힘도 자금도 부족하니 눈물을 머금고 버텨야 하는 형국이다.

이렇게 제대로 된 인수나 투자 없이 대기업이 기술을 가져가 버리는 사례가 누적되면서, 국내에서 성장한 혁신기업들은 결국 해외 거대 기업들에게 인수되고 만다. 메타가 퓨리오사AI를 품에 안게 된다면, 국내에서 시스템 반도체 설계를 잘하는 유망주가 더 이상 한국 토양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가버리는 셈이다. 반면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 본격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분명 있기에, 창업자 입장에서는 대기업에 억울하게 기술을 빼앗기느니 차라리 해외 기업에 매각해 제대로 가치를 평가받는 편이 나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아쉬운 건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강자를 자부하면서, 시스템 반도체나 팹리스 분야에서는 여전히 뒤처진다는 사실이다. 이 분야는 퀄컴, 엔비디아, AMD처럼 독자적인 IP를 축적해온 글로벌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퓨리오사AI 같은 기업이 계속해서 자생적으로 성장해나가려면, 대기업의 인수를 통해 기술력이 내부로 흡수되거나, 아니면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현실은 IPO나 M&A로 이어지는 성공 사례가 적고, 이 때문에 벤처 투자도 위축되곤 한다. 스타트업 창업자들 입장에선 열심히 개발해도 한국 내에서 매각하기가 쉽지 않으니, 결국 해외로 눈길을 돌리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나로서는 퓨리오사AI가 독자적으로 성장해 훗날 글로벌 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실제로 엔비디아 칩 대비 전력 효율이 좋고, 특정 워크로드에서 강점을 보이는 등 기대할 만한 기술적 성과를 이미 보여줬다. 이런 강점이 한국에 고스란히 남아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풍경을 보는 건 모두가 바라는 일일 것이다. 동시에, 메타가 인수를 통해 퓨리오사AI의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도 있는 게 현실이니 마음이 복잡하다. 다만 분명한 건 국내 대기업들이 신기술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키우고 인수하는 문화가 부족한 한, 유망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흐름은 계속될 거라는 점이다. 이제라도 한국의 대기업들이 단순히 기술을 베끼는 방식에서 벗어나 스타트업에 대한 정당한 가치를 인정하고 투자를 확대해야, 퓨리오사AI 같은 보석 같은 기업이 국내 토양에서 더욱 크게 뻗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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