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모습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준공 후까지 팔리지 않아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물량이 11년 만에 최고 수준이라는 통계가 나왔고, 이 중 상당수가 지방(약 75%, 준공 후 미분양은 80%)에 몰려 있다고 한다. 대구나 경기 광명·반성·평택, 충남 공주, 경북 경주, 제주, 울산, 포항 등지의 침체가 눈에 띄는데, 내게는 이것이 단순히 지역 경제의 위축만을 의미하진 않는 듯하다. 부동산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신호로 보이기 때문이다.
곰곰이 살펴보면, 문제의 시작은 가격이다. 높은 분양가를 조정하지 못해 수요자들을 끌어들이지 못하는데, 건설사 입장에선 선뜻 할인을 하기 힘들다. 할인 분양을 시도했다가 기존 계약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면 법적 대응이나 시위 등으로 논란이 커진다. 어떤 건설사들은 차라리 분양 물량을 안고 가더라도 언젠가 시장이 회복되면 수익을 보전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버티기 전략’을 쓰기도 한다. 물론 이런 상황에 대출 규제, 다주택자 세금 강화, 여기에 지역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 투자 수요는 말할 것도 없고 실수요자마저 망설일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두고 정부나 정치권에서 다양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다소 풀린 DSR 규제가 거론되지만, 실제 구매력 향상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도 많다. 일부에서는 과거(2012~2013년)처럼 취득세나 양도세를 대폭 감면하는 식의 과감한 세제 혜택을 꺼내기도 한다. 공공기관(LH나 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이 직접 매입해 임대나 재분양을 하는 방안도 이야깃거리가 되지만, 이것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강력한 정책 지원이 있을 때 미분양이 빠르게 해소되었던 과거 사례가 있는 만큼, 세제 완화나 적극적인 공공 개입을 더 확대하자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그렇지만 나는 시장에 맡기는 편이 낫다고 본다. 과거 부동산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오르고 내린 건, 시장 원리가 아니라 정부 개입이 주도했던 결과라고 생각한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외치며 각종 규제를 밀어붙였던 것이 오히려 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풍선효과를 일으켰다. 시장에 위기를 가져온 원인이 결국 정부 정책의 과잉 개입이었다면, 이제는 초과 수요나 공급의 문제를 자연스럽게 조절하는 기능이 작동하게끔 두는 게 옳지 않을까 싶다. 물론 한동안 미분양이 늘어나고 건설사나 지역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지만, 이상적으로는 가격이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수요가 다시 유입되는 흐름이 만들어질 것이라 본다.
다만 완전한 ‘방치’가 능사는 아니므로, 최소한의 숨통을 터주는 조치 정도는 필요해 보인다. 이를테면 청약 규제에서 미분양 주택을 주택 수에 포함하지 않는다거나, DSR 운영 방식을 좀 더 융통성 있게 조정해 지방 실수요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정도 말이다. 혹은 이전에 효과가 증명된 세제 완화 조치를 선별적으로 적용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중요한 것은 시장 신뢰를 유지하면서도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적절히 돕는 균형감각 아닐까. 호황기엔 정부가 앞다투어 규제를 강화하고, 막상 경기가 나빠지면 갑작스레 완화책을 내놓았다가 또 바꾸고 하는 일관성 없는 모습이 반복된다면, 결국 예측 불가능성만 커질 뿐이다.
결국 지방 미분양 문제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금리가 높고, 지역 경제의 체력이 약한 상황에서 수요가 즉각 살아나긴 어렵다. 그래도 지나친 공포감에 휩싸이기보다는, 정부와 시장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본다. 단기적으로는 타격이 있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합리적으로 조정되고 수요가 되살아나는 과정을 통해 지금의 어려움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 믿는다. 과거의 사례들이 보여준 것처럼, 세금 감면 같은 제한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을 적절히 가동하고 나머지는 시장에 맡기는 것이 오히려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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