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이라는 말을 들으면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관련 기술을 연구하는 현장을 살펴보면, 이미 많은 곳에서 일상과 맞닿은 형태로 이 로봇들을 실험하고 있다는 걸 체감하게 된다. 아직은 가정에 들어와 인간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이 낯설지만, 병원이나 교육 기관처럼 비교적 통제된 공간에서는 기술 실증이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10년 안에 의료나 교육 분야에서 먼저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들 말한다. 그리고 그 다음 무대는 결국 가정인데, 그 시점이 2030년대 이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많다. 사람과 한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려면 한층 더 정교한 움직임과 상황 인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인공지능 언어 모델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막상 로봇 기술자들을 만나보면 인간과 함께 생활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AI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언어 모델은 텍스트나 언어 데이터를 다루는 데 특화되어 있지만, 로봇은 실제 공간에서 물리적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어떤 물체를 정확한 힘으로 잡아야 하고, 순간순간 미세하게 달라지는 주변 환경을 센서를 통해 인식한 뒤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힘을 제어하는 기술이라고 한다. 정확한 힘의 데이터를 모으기도 쉽지 않고, 이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해 로봇에 적용할지도 난제라서 당분간 상용화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로봇을 학습시키는 방법 중에는 직접 로봇을 굴려가며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방식이 있다. 하지만 비용이나 파손 위험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사람의 동작을 모방하면서 데이터를 축적하는 방법도 시도된다. VR이나 햅틱 장비를 활용해 사람이 움직이는 그대로 로봇이 배워나가는 식인데, 이 역시 사람의 노동력이 많이 필요하고 비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고 들었다. 결국에는 가상 환경에서 한없이 반복 학습시키는 시뮬레이션 기법이 주목받고 있는데, 현실감 있는 물리 시뮬레이션을 만들기 위해서는 또 다른 도전이 따른다. 엔비디아가 만든 AI 플랫폼이 그런 부분을 보완해주려고 하는데, 이것을 “가상의 지구”라고 부를 정도로 거대한 목표를 그려놨다고 한다. 모든 로봇이 현실과 똑같은 규칙이 적용되는 가상의 세계에서 훈련을 마친 뒤, 바로 현실에 투입되는 날이 오면 상당히 효율적이 될 거라는 기대가 있는 반면, 이 또한 GPU를 많이 팔기 위한 전략이라는 인상이 없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로봇에는 소프트웨어적인 과제만 있는 게 아니다. 휴머노이드 로봇 내부를 들여다보면, 구동 장치부터 센서, 배터리에 이르는 다양한 하드웨어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큰 힘을 내면서도 가정에서 쓸 수 있을 정도로 조용한 모터는 아직 쉽지 않은 과제다. 유압 방식을 쓰면 강력하지만 소음과 유압 누출이 문제가 되고, 전기 모터(QDD 방식)를 적용하면 조용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기술적 한계를 맞닥뜨린다. 거기에 인간의 오감처럼 다방면의 센서가 들어가야 하고, 전력 소모도 상당해서 배터리 기술도 획기적으로 발전해야 한다. 하드웨어가 결국 로봇의 발이 되어주지 못하면, 아무리 뛰어난 AI가 있어도 실제 생활에선 구경거리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게 솔직한 현실이다.

 

세계 시장을 바라보면 로봇 업체들도 저마다 색깔이 다르다. 미국에서는 로봇이 어떤 작업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식으로, 기능성에 집중한 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테슬라와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대표적인데, 하나는 자동차 회사에서 출발해 로봇을 만들고 있고, 다른 하나는 이미 로봇 공학으로 유명하다. 반면 중국은 대규모 생산과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를 거는 분위기가 강하다. 소위 걷고 뛰는 로봇을 저렴하게 보급할 수 있다는 점을 앞세운다. 일본은 한때 아시모로 유명세를 탔지만, 지금은 이전만큼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한국은 훌륭한 제조 인프라와 IT 기술이 있지만,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핵심 기술을 갖춘 기업은 아직 많지 않다는 게 아쉽다. 그래도 대기업들이 로봇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직접 인수합병을 하면서 생태계를 키우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레인보우 로보틱스나 로보티즈 같은 신생 기업들이 꾸준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실제로 로봇이 상용화되면 사람들의 생활과 일자리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궁금해진다. 단순 반복 업무를 대체할 거라는 전망이 많지만,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는 사회에선 오히려 부족한 인력을 보충해줄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군사 분야나 소방 분야, 그리고 3D 업종처럼 사람에게 위험하거나 힘든 일부터 로봇이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다만 이렇게 산업 곳곳에 로봇이 퍼지면 유지보수와 보안 문제가 따라올 것이다. 로봇도 결국 휴대폰처럼 네트워크로 연결될 텐데, 만약 보안이 뚫려버리면 개인 정보나 기업 비밀이 생각보다 쉽게 유출될 수 있다는 점이 걱정스럽다.

 

한국이 앞으로 로봇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결국 핵심 기술을 내재화하느냐가 핵심이라는 지적이 많다. 단순히 해외 유망 업체를 사들여서 그 기술을 가져오는 것만으론 한계가 있고, 뿌리부터 R&D 역량을 갖춰야 세계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정부와 기업의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작조차 어려울 테고, 그 과정에서 규제나 윤리적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 로봇이 일상에 깊숙이 들어오는 순간, 사람들은 편리함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낄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제때 정책을 준비하고, 대기업부터 중소 스타트업까지 생태계를 구축해 협력하는 구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기술, 자금, 제도적 기반이 하나로 맞물릴 때, 비로소 한국의 로봇 산업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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