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국은행이 당장 금리를 더 과감하게 내리지 않는 이유에 대해 여러 비판이 쏟아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 역시 왜 이렇게 소극적인지 궁금했는데, 막상 들여다보니 통화정책이라는 게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다. 금리를 내리면 가계부채 부담이 줄어들고 소비가 살아날 수도 있겠지만, 동시에 부동산 가격이 과열되거나 원화 환율이 더 크게 출렁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은 미국발 무역정책 이슈나 중동 정세 같은 대외 불확실성이 너무 많아서, 한국은행 입장에서도 “이참에 확 끌어내리자!” 하고 쉽게 결정하기 힘들어 보인다. 게다가 원화 환율은 미국 금리와 달러 강세 흐름, 그리고 국내 정치적 변수까지 얽혀서 하루아침에 요동치기도 한다. 작년 말에는 국내 정치 불안으로 원화 환율이 크게 올랐다가, 올해 들어 어느 정도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이게 계속 안정될지는 솔직히 장담하기 어렵다.
한편 정부 쪽에서는 재정정책, 그러니까 재정 지출을 더 빨리 풀어서 경기를 부양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들었다. 한국은 전자 정부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어서 예산을 집행할 때 속도가 빠른 편이고, 예전부터 경기 대응 측면에서 재정을 적극적으로 써본 경험도 많다. 문제는 매년 이렇게 확장재정을 쓰다 보면 “다음 해엔 또 어떻게 하냐” 하는 우려가 생긴다는 것이다. 재정은 한 번 풀었다가 다시 긴축으로 되돌리는 게 쉽지 않아서, 재정 건전성도 신중하게 챙겨야 한다.
그렇다고 요즘 같은 시기에 정부가 너무 손 놓고 있으면, 경제활력이 떨어지는 걸 지켜봐야만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래서 한국은행도 “재정이든 통화정책이든, 지금은 좀 더 부양적인 기조가 필요하다”는 기본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리를 내리는 순간 외환시장 변동성이나 부동산 시장 자금 쏠림 문제가 동시에 터질 수 있어서, 이 부분을 어쩔 수 없이 신중하게 계산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미국의 트럼프 2기 행보가 과거와는 다를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예전에 관세 인상이나 무역전쟁 문제로 글로벌 경기가 흔들렸던 사례가 있으니, 이번에는 그보다 더 넓은 영역에서 새로운 불확실성이 올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들린다. 중동 문제나 지정학적 이슈가 크게 번진다면 유가 상승과 함께 국내 물가도 자극을 받을 텐데, 이렇게 되면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물가상승률을 떠안으면서도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또 낮춰야 하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재밌는 건, 한국은행 내부에서도 “다음 세 번의 회의(대략 세 달 정도) 안에는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조금씩 흘러나온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도 어디까지나 경제지표와 상황 변화를 전제로 한 ‘가능성’일 뿐, 실제로 그 시점이 되면 새로운 변수로 인해 결정이 바뀔 수도 있겠다. 결국 중앙은행의 역할이란, 당초 예측하지 못했던 시장 흐름을 재빨리 캐치해서 그때그때 대응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나로서는 “그냥 금리 팍팍 내려서 경기만 살리면 되지 않나” 하고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막상 여러 변수를 들여다보니 그럴 수 없는 이유가 확실히 있어 보인다. 물가, 환율, 부동산 가격, 그리고 재정지출과 대외정책까지 다 엮여 있으니 하나만 건드려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정부와 한국은행이 유기적으로 손발을 맞춰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적절히 조합하고, 예측 불가능한 대외 여건 변화에도 민첩하게 대응하는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시장의 변화가 어떻게 나타날지 늘 긴장하게 된다. 오늘은 아침에 1450원대로 환율이 안착한 듯싶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국제정세 한 번 뒤집히면 순식간에 오르내릴지 모른다. 그러니 “결국 달라진 시장 상황을 보고 움직이는 게 우리의 일”이라는 말이 아주 현실적으로 와닿는다.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소극적으로만 갈 수도 없으니, 한국은행과 정부가 잘 조율해서 앞으로 적절한 시점에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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