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철강산업은 예측하기 어려운 파도를 만나 안팎으로 흔들리고 있다. 한국산 철강에 대한 25% 관세 부과가 예고되면서, 현대제철은 결국 미국 현지 공장 건설 카드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는 공장 ‘이전’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 확대 차원의 해외 투자라고 강조하지만,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외국 기업들에게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관세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식으로 압박해온 전례를 떠올리면 마냥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한편 국내에서는 건설 경기 침체 여파로 철근 수요가 확 줄어들어, 현대제철은 벌써 올해 들어 스무 날 넘게 공장 가동을 멈추었다고 한다. 부두에 줄줄이 서 있던 운송 차량도 한눈에 보기에도 눈에 띄게 줄어든 탓인지, 공장 주변 도로는 언제 이렇게 휑해졌는지 모를 정도다.
더욱 안타까운 부분은 인천 등지의 지역 경제 역시 서서히 얼어붙고 있다는 점이다. 공장 사정이 나빠지면 근로자들의 주머니 사정에도 불똥이 튀고, 결국 그 지역 상권에 그대로 직격탄이 날아온다. 일찍이 공단 주변 식당에서 점심 장사를 해온 사장님은 이전에 비해 손님이 절반도 안 된다고 하소연하고 있었다. 실제로 얼마 전 인천에 들렀을 때, 평소라면 근로자들로 북적였을 시간대임에도 자리에 여유가 많은 가게가 눈에 띄었다. 한두 달 저조한 매출로 끝나면 다행이겠지만, 철강업의 전망이 지금처럼 먹구름이 잔뜩 낀 상태에서는 언제 다시 활기를 찾을지 예측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 철강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커지니 수익성도 불투명하고, 이는 업계 전반에 걸쳐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제철 측은 현재 미국 공장 건설을 적극 검토 중이지만, 이 결정이 국내 철강업과 지역사회에 어떤 여파를 가져올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는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이겠지만, 이를 곧바로 ‘탈(脫)한국’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글로벌 시장 확보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는 사람마다 의견이 엇갈린다. 다만 지난 시기 삼성전자나 LG전자의 투자 사례가 미국 정부의 성과로 거론된 점을 생각하면, 현대제철도 이와 비슷하게 ‘미국에서 공장 세웠으니 관세를 유예해달라’는 식의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 긴장감과 불확실성이 뒤섞인 이 분위기가 하루빨리 해소되길 바라지만, 지금으로서는 철강업계가 그 어느 때보다 험난한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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