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지역의 축협에서 벌어진 부동산 대출 부실 사태를 처음 접했을 때, 이게 단순히 지역 한 조합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방 농축협들은 지역 주민들이 의지하는 주요 금융창구이자, 농민들에게는 영농자재와 교육 같은 실질적인 지원까지 해주면서 사실상 지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 의성축협이 부동산 경기 침체와 맞물려 대규모 부실을 기록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조합 내부의 손실 문제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지역사회와 농민 조합원들이 얻는 타격이 얼마나 클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았다.
여러 자료를 보니, 의성축협은 결손 처리와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사상 최대 규모 적자를 냈고, 조합원들이 오랫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출자금까지 손실을 메우는 데 쓰였다고 한다. 어떤 분들은 “연금처럼 간직해온 돈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면서 매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조합원 대다수가 농촌 고령층이니, 사실상 노후자금이나 생활비를 잃은 셈인데, 그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지역 상권도 당연히 움츠러든다. 소비 여력이 있는 분들이라면 도시로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고, 남은 사람들은 불안감 속에 지갑을 더욱 닫게 되니 지역 경제가 활력을 잃지 않을까 걱정된다.
부동산 담보대출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무리하게 뛰어든 농축협이 비단 의성만의 사례도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마음이 무거워진다. 상호금융권 전체가 부동산 침체 상황에서 꽤 큰 부실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고, 부실 위험 조합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통계를 접했다. 사람들은 혹시 새마을금고 일부에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일어날 뻔했던 그 불안감이 농축협에서도 재현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예금자 보호가 확실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는 했지만, 한 번 생긴 불안감이라는 게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법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금융당국은 부실 PF 사업장을 조기에 정리하려고 행정안전부, 농협중앙회 등과 함께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부실채권을 과감히 상각하도록 유도한다거나, 중앙회 차원에서 관리·감독 강화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유암코와 합쳐 부동산 PF 정상화 펀드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농축협도 비슷한 방식으로 부실 사업을 빠르게 정리하고, 또 예금자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보호장치를 확인시켜 주어야 할 것이다. 부동산 경기가 완전히 살아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취약 차주나 건설업체가 갑작스러운 자금 경색으로 무너지는 일을 최소화하려면 정부와 금융기관이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런 단기 대응으로 모든 문제가 단숨에 해결되긴 어렵다. 농축협이 지역 금융기관으로서 쌓아온 신뢰가 많이 훼손된 건 사실이니까. 의성축협 사태를 접한 조합원들이 배당금도 못 받고, 노후자금 성격의 출자금까지 날렸다는 상실감을 쉽게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혹여나 다른 농축협들도 똑같이 위험하다면, 조합원들이 예금을 빼거나 아예 조합을 탈퇴할 수도 있다. 그러면 그 조합은 또다시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고, 지역 돈줄이 마르면서 지역 소상공인과 농민들은 대출받기가 더 어려워진다. 이런 악순환을 막으려면, 지금이야말로 지역사회와 협동조합, 중앙회,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지역경제를 버틸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금융권 전체의 구조적 변화를 고민할 때가 됐다고 느껴진다. 이번 부실 사태의 원인을 따라가 보면, 부동산시장 호황기에는 높은 수익 기대감으로 대출을 몰아주다가, 경기가 꺾이니 거품이 꺼지고 연체율이 폭발적으로 뛰어오른 그림이 보인다. 시행사의 자기자본 비율이 너무 낮았고, 여러 농축협이 공동으로 PF에 참여해 위험이 쉽게 확산되는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고도 한다. 정부가 앞으로 부동산 PF 규제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했고, 상호금융권의 충당금 적립 기준도 강화되는 추세다. 시행사 자본금 요건을 높이거나, 공동대출에 심사 문턱을 올리는 식의 제도개선이 이뤄진다면, 과거처럼 무작정 부동산 쪽에 대출을 쏟아붓는 관행은 줄어들 것 같다. 그런 변화가 길게 보면 금융시스템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지방 중소도시는 또 다른 걱정을 안게 된다. 수도권이나 대도시는 자본이 풍부해서 농축협이 대출을 줄이더라도 다른 대체 창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의성군처럼 지방소멸 위험도가 높은 농촌 지역은 그나마 있는 축협이나 지역 농협이 대출을 축소해버리면 마땅한 금융조달 경로가 사라지기 쉽다. 부동산 경기가 나쁘니 새 건물을 짓거나 개발하는 게 잔뜩 위험하게 느껴지고, 결국 그 지역에서는 공급도 줄고 거래도 식는다. 지역경제 전반에 침체가 더 고착화되는 것이다. 이런 양극화를 막으려면, 정부가 지역 맞춤형 지원책을 좀 더 세심하게 고민해야 한다. 농촌 지역에 공공금융 같은 안전판을 마련한다거나, 중앙회 차원에서 재원을 모아 취약 지역 조합들을 지원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동시에 농촌에 일자리나 주민 유입을 늘릴 유인이 있어야 부동산 수요 기반이 살아나고, 그만큼 농축협도 지역 내에서 건전한 대출처를 발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나 스페인의 저축은행 위기 사례에서 보듯이,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 그동안 쌓여온 부실이 한꺼번에 드러나면서 금융위기가 왔고, 그 여파로 국가 재정까지 휘청였다. 스페인은 부실은행 정리를 과감히 진행해 그나마 큰 위기를 면했다고 하는데, 이런 사례에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농촌 고령화와 지방 소멸 문제가 심각한데, 금융마저 무너진다면 지역이 빠르게 황폐화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에,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부동산 금융과 상호금융권 구조를 손질한다면, 앞으로의 경기변동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금융 시스템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결국, 의성축협 부실 사태는 우리에게 금융권이 지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지역 금융기관이 부동산 경기 침체에 얼마나 민감하게 휘둘릴 수 있는지를 뼈아프게 보여준 사례가 되었다. 당장 조합원들의 피해를 어떻게 줄이고,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지 고민해야 한다. 정부와 중앙회 차원에서 예금 보호를 강조하고 부실 채권을 조속히 정리하는 모습도 중요하지만, 조합원 입장에선 본인의 소중한 돈을 되찾을 길이 있는지가 가장 궁금할 것이다.
의성축협 측에서는 2~3년 안에 경영이 정상화되면 조합원들에게 많이 배당해 손실을 메우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만약 부동산 시장이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회복되고, 농축협들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회복하면 그 약속이 어느 정도 실현될지 모르겠다. 그래도 지금으로서는 쉽지 않은 길처럼 보인다. 경기가 얼마나 더 침체될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고, 상호금융권 전반이 걷어야 할 부동산 리스크도 여전히 크다.
이럴 때일수록 마음이 다급해져서 위험한 대출로 한 번 더 돈을 벌어보겠다는 식의 무모한 베팅은 절대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역 농축협은 본래 취지에 맞게 농촌 금융과 지역 밀착 사업을 튼튼히 유지하면서, 지나친 부동산 의존을 줄이는 쪽으로 체질을 바꿔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그렇게 하면 단기적인 수익성은 떨어질 수 있겠지만, 그게 장기적으로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건강한 길이 아닐까 싶다.
정부도 이번 사태로 상호금융권 감독 체계가 부처마다 쪼개져 있다는 점, 그리고 조합 중앙회 자율감독이 허술하게 운영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금 깨닫고 있는 듯하다. 앞으로는 농림부, 해수부, 행안부, 금융위가 한데 모여 상호금융권 위험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부실 징후가 보이는 조합을 초기에 구조조정하거나 합병하는 시스템을 만들 거라고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역 조합원들의 땀과 눈물이 예금으로 모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실질적인 개선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어떤 위기든 잘못 대응하면 돌이키기 어려운 손실을 남기지만, 적절한 시점에 과감하고 체계적인 조치를 취하면 더 나은 구조로 도약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믿는다. 의성축협 발 부동산 대출 부실 사태가 지역사회에 준 충격은 분명 작지 않지만, 이 때문에 정부와 금융권이 긴장해서 구조개혁을 제대로 추진한다면, 멀리 봤을 때 한국 경제 전체의 체질이 한층 튼튼해질 수도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조합원과 지역경제를 보듬고, 부실 대출의 책임 소재를 정확히 따지는 일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부디 이번 일을 계기로 지역이 무너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지역금융이 더 건강해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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