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저희 현장에서 열심히 가동 중이던 열풍 오븐기가 갑자기 멈춰버렸습니다. 이 오븐은 주로 실리콘 2차 큐어링(2차 성형)에 쓰이던 장비였는데, 그동안 별탈 없이 잘 돌아가다가 갑작스런 고장이 난 것이죠. ‘그래도 수리 기사님 부르면 금방 해결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컨트롤러에 ‘LBA(Loop Break Alarm) 단선 루프 경보’가 떴습니다. 이 알람이 뜨면 센서나 히터, 혹은 컨트롤러 자체가 문제일 확률이 높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전기 기술자를 급히 불렀습니다. 컨트롤러를 점검하고 내부 배선을 살펴보시더니, “이 부분이 좀 이상하긴 한데 일단 고쳐보겠습니다” 하시면서 임시 조치를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얼마 못 가서 “펑!” 하는 소리가 나는 겁니다. 순간 정말 깜짝 놀라서 심장이 덜컥했는데, 알고 보니 모터가 터져버린 거였습니다. ‘음… 이건 컨트롤러만의 문제가 아니구나, 전체적으로 노후가 많이 진행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이래저래 수리 비용만 계속 늘어날 것 같아, 새 오븐기를 알아보기로 결심했죠.



인터넷을 뒤져보니 중국에서 직수입하는 제품들은 확실히 가격이 저렴했습니다. “오, 이 정도면 괜찮은데?” 싶을 만큼 반값 이상 차이나는 것들도 있더라고요. 그런데 “가격만큼 A/S도 무난할까?” 하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아무튼 중국산 제품들도 요즘 품질이 좋다는 평이 종종 들려오는데, 직수입이라 부품 수급이나 기술 지원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좀 걸렸습니다.
그에 반해 국산 제품은 160만 원에서 350만 원까지 다양하게 나왔습니다. 사실 가격을 보면 솔직히 부담스럽습니다. 하지만 “오븐기를 사는 목적이 결국 안정적인 성능과 사후관리(A/S) 아니겠어?”라는 생각이 드니, 저렴한 게 무조건 이득은 아니더라고요. 기본적인 신뢰성과 A/S 편의성을 생각하면 국산 제품에 마음이 기우는 게 사실입니다.



여기서 잠깐, “실리콘 2차 큐어링이 뭐길래 그렇게 오븐을 써야 하죠?”라고 궁금해하실 분들이 계실 것 같아 조금 풀어볼게요.
- 열에 의한 경화 공정
실리콘은 기본적으로 열을 가함으로써 경화가 이뤄집니다. 1차 성형에서 기본 형태가 만들어지지만, 2차 성형 과정에서 고온을 일정 시간 유지하면 실리콘의 내부 조직이 더욱 단단해지고, 원하는 물성(탄성, 내열성 등)을 얻기가 수월합니다. - 내열성과 안정성 확보
실리콘 소재가 제대로 2차 큐어링을 거치지 않으면, 제품 내 잔여 수분이나 휘발 물질 등이 남아서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금형에서 막 뽑아낸 실리콘 부품을 바로 사용하면, 실제 사용하는 온도 환경에서 기포가 발생한다든지, 표면이 갈라지는 문제 등이 생길 수 있죠. - 제품 수명 연장
2차 성형은 결과적으로 제품의 내구성과 신뢰성을 높여줍니다. ‘반드시 해야 하는 공정’은 아닐 수도 있지만, 보다 높은 품질의 실리콘 제품을 원한다면 2차 큐어링은 거의 필수적인 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오븐은 제게 있어 선택이 아닌 ‘필수 장비’입니다. 그동안 쓰던 오븐기가 고장나서 많은 애를 먹었지만, 덕분에 여러 제조사의 장비 정보를 꼼꼼히 알아보는 계기가 되었네요.
결국엔 국산으로 구매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당장 고장나면 부품을 구하거나 엔지니어를 부르기 편해야 하니까요. 아무튼 좀 더 신중하게 알아보고, 미리 옵션을 비교해볼 계획입니다.
- 가격대: 최소 160만 원 이상은 감수하기로 했습니다.
- 내부 용적, 온도 범위: 지금보다 조금 더 큰 사이즈를 고려 중입니다.
- 컨트롤러: 디지털 PID 방식이든, 매뉴얼 방식이든 A/S 대응이 빠른 모델 위주로 보려 합니다.
- A/S: 이건 말할 것도 없이 우선순위 1위입니다.
새로운 오븐기를 알아보면서, 고장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여러 부분이 연쇄적으로 일어난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단순히 컨트롤러 고장만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노후 부품들이 무더기로 말썽을 일으키는 순간을 보니, 되려 ‘차라리 새 제품을 들이는 게 낫다’는 결론이 나더군요.
실리콘 2차 큐어링은 저희 제품 완성도를 높이는 핵심 공정입니다. 그러니 조금 비용이 들더라도, 길게 봐서 믿을 수 있고 안전한 국산 장비를 쓰는 것이 맞을 것 같아요. 향후에는 고장 나기 전부터 미리 점검을 자주 해둬야겠다는 다짐도 했습니다. “미연에 방지하는 게 최고의 수리”라는 말, 괜히 있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이번 오븐기 고장 소동으로 인해 값진 경험을 했습니다. 또 앞으로 새 장비를 들이게 되면, 그 과정도 기록해 두면서 혹시나 비슷한 상황을 겪는 분들께 도움이 되어보고 싶어요. 혹시 저처럼 오븐기를 긴급하게 교체해야 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저의 에피소드가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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