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박태웅 대표의 인터뷰를 보면서 한국과 중국의 AI 발전 속도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는 걸 새삼 실감했다. 막연히 한국도 AI 기술이 꽤 괜찮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그 반짝이는 기술을 창업이나 벤처 생태계로 연결해내는 힘이 약하다는 게 아쉽게 다가왔다. 주변을 둘러보면 “AI는 우리하고는 먼 이야기 아니냐”라고 여기는 사람도 여전히 많다. 그런데 앞으로 60% 이상의 직업이 AI 때문에 변화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만 할 수 있는 시점은 아닌 듯싶다. AI를 잘 다루지 못하면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경고가 단순한 협박처럼 들리지 않는 요즘이다.

중국의 AI 혁신 사례를 보면 더욱 놀랍다. 최근 딥시크라는 모델이 GPT-4와 비슷한 성능을 낸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특히 이 딥시크 모델이 오픈소스로 공개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미국 오픈AI의 GPT 계열은 막강한 성능을 자랑하지만, 내부 알고리즘이나 학습 과정을 꽁꽁 숨기는 편이다. 반면 중국은 내부 기술을 적극적으로 공유해서 다양한 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딥시크 팀 자체가 돈이 넘쳐서 굳이 투자 유치가 필요 없다고 말하는 모습이 약간은 허세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어쨌든 상장을 고려하지 않을 만큼 자본과 인프라가 든든하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생각해보면 미국이 GPU 같은 핵심 반도체 수출을 제재해도, 중국 기업들은 은근슬쩍 우회해서 고성능 GPU를 엄청나게 확보했다고 한다. H100 대신 H800을 지원받았는데, 이마저도 데이터를 압축하거나 전송 효율을 극대화하는 기술을 개발해 제약을 우회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게다가 중국의 AI는 FP8(8비트) 연산을 활용해 성능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FP32(32비트) 제약을 우회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걸 보면, 기술 자체를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현실에서 얼마나 한계가 많은지를 체감하게 된다.

딥시크가 텍스트를 학습할 때 한 번에 여러 단어를 예측해 문장을 생성한다거나, 중요한 단어만 기억해 메모리를 대폭 아끼는 MLA(N) 기법을 도입했다는 이야기는 기술적으로 꽤 매력적이다. 기존에는 모든 단어를 저장하는 방식으로 방대한 메모리가 필요했는데, 필요한 핵심 단어만 골라서 저장하니 공간 부담이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또, 사람이 일일이 AI 답변을 평가해 점수를 매기는 대신, AI가 스스로 여러 개의 답안을 만들어놓고 그중 제일 괜찮은 걸 고르는 GPRL 방식으로 학습 비용을 절감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역시나 연구개발비를 아낄 수 있는 길은 끝없이 찾아내는 법인가 보다.

미국은 기술을 폐쇄적으로 지키면서 독자적인 경쟁력을 유지하려 하는 반면, 중국은 기술을 오픈소스 형태로 공유해 함께 성장하겠다는 방식으로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뒤집어 보면, 한국은 오히려 별다른 국가 전략이나 강력한 비전 없이 중간 어디쯤에서 허둥대는 모습 같다. AI 분야에서만큼은 “우리 기술도 꽤 괜찮아”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기 어렵다는 게 현실이다. 정작 기술을 잘 만드는 인재들은 있어도, 창업하고 투자받아 글로벌 시장으로 나갈 환경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무엇이 문제일까 고민하다 보면, 결국 국가 차원의 장기적 투자와 스타트업 문화를 키워가는 일이 급선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AI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미래 산업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파급력을 가진 분야라면, 이 생태계를 갖추는 데 조금 더 진지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이라도 AI 기술의 오픈소스 전략을 과감히 받아들이고, 스타트업 생태계를 키울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을 마련해야 한국이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고 제 몫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업자 정보 표시
성진기업 | 신동수 | 서울특별시 구로구 구로중앙로 198 (구로기계공구상가) D블록 29-119 (우 : 08212) | 사업자 등록번호 : 113-02-81977 | TEL : 010-8772-8916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9-서울구로-0068호 | 사이버몰의 이용약관 바로가기